1. 3년 전 태풍 힌남노의 위력과 피해 상황
3년 전 가을,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휩쓸었다. 경북 포항에는 시간당 최대 11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형산강, 형산교 지점에 홍수 경보가 발령되었고, 칠성천과 냉천 등 도심 하천이 범람하여 도심 곳곳이 물바다가 되었다. 상습 침수 지역과 저지대 주민 수천 명은 마을 회관 등으로 대피하여 밤을 지새웠다. 항만 시설인 동빈내항은 강한 비와 만조로 바닷물이 들어차 범람하여 인근 도로가 모두 물에 잠기기도 했다. 주변 상인들은 가게 안으로 밀려드는 물에 속수무책이었으며,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장사 재개가 어려웠다. 포항시는 당시 태풍으로 인한 피해액을 2천억 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게다가 태풍 당일 오전 7시 20분경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 두 곳에서 불이 났으며, 한 곳의 전기실이 모두 불에 탔다.
2. 역대 태풍과의 비교
힌남노의 위력: 힌남노는 한반도 육지에 약 2시간밖에 머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를 남겼다.
역대 태풍: 1959년 사라, 2003년 매미, 2002년 루사와 함께 2022년 힌남노가 역대급 태풍으로 기록된다.
중심 기압: 힌남노의 중심 기압은 910hPa로 역대 태풍 중 가장 낮았다. 중심 기압이 낮다는 것은 태풍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공기 기압인 1013hPa과의 큰 차이 때문이다.
초속 강도: 사라 태풍은 초속 60m, 힌남노는 초속 54m의 강풍을 동반했다.
태풍의 크기: 힌남노는 중심 기압이 낮음에도 초속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태풍의 크기가 컸기 때문으로, 전반적으로 매우 큰 태풍이었다.
힌남노는 1959년 사라 태풍과 비슷한 규모였으나, 사망자 수는 현저히 적었다. 이는 그동안 태풍에 대한 안전 조치와 국민 의식, 정부 및 지자체의 안전 관리 능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라 태풍은 849명, 매미 태풍은 1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힌남노는 11명의 사망자만 발생했다.
3. 태풍 강도 및 크기 분류 기준
태풍 강도 분류: 태풍의 세기를 나타내는 기준으로, 바람의 초속을 기준으로 한다.
태풍의 기준: 초속 17m 이상(시속 61km 정도)일 때 태풍으로 분류되며, 태풍 중심부근의 최대 풍속에 따라 태풍, 중, 강, 매우강, 초강력의 5단계로 분류된다. 2025년부터는 태풍 강도를 1, 2, 3, 4, 5와 함께 (중, 강, 매우 강, 초강력)을 병합하여 표시한다. 힌남노의 강도: 힌남노는 초강력 5단계에 해당했다.
태풍 크기 분류: 태풍의 회전 반경을 기준으로 한다.
소형: 회전 반경 300km 미만
중형: 회전 반경 300km 이상 500km 미만
대형: 회전 반경 500km 이상 800km 미만
초대형: 회전 반경 800km 이상
힌남노의 크기: 힌남노는 회전 반경이 약 410km로 중형 태풍에 해당했다. 중형 태풍이라 하더라도 목포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인 약 400km를 모두 덮을 수 있는 크기이므로 매우 큰 태풍으로 볼 수 있다.
4.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의 차이 및 발생 원리
명칭의 차이: 태풍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의미하며, '클 태(太)'가 아닌 '태풍 태(颱)'자를 사용한다.
발생 지역에 따른 분류:
태풍(Typhoon): 북서 태평양(북태평양의 서쪽)에서 발생하는 회오리 바람.
허리케인(Hurricane): 북동 태평양(북태평양의 동쪽), 북대서양에서 발생하는 바람.
사이클론(Cyclone): 남태평양 밑에서 불어오는 바람.
태풍의 회전 방향:
북반구 태풍: 항상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남반구 태풍(사이클론):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여 남극 쪽으로 향한다.
회오리 바람 형성 원리: 지구가 자전하면서(적도 기준 초당 460m) 뜨거운 공기와 수증기가 상승하며 해오리가 형성된다.
코리올리 효과(전향력): 지구 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향력 때문에 공기가 역학적으로 왼쪽 방향(북반구 기준)으로 불어 올라간다.
5. 태풍의 이동 경로 및 한반도 영향
[태풍 발생 위치]
적도 부근은 태양이 가장 가깝지만, 지구 자전으로 인한 전향력(코리올리 효과)이 약해 회오리 바람이 형성되지 않는 반면, 위도 5~10도 사이는 증발량이 높고 회오리 바람이 많이 불 수 있는 최적의 태풍 발생 지역이다.
[태풍의 이동 경로]
발생 초기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의 영향을 받고, 중위도로 올라오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방향이 바뀐다.
태풍은 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성향 때문에 항상 북쪽으로 이동하려 한다. 그러나, 육지로 이동하면 증발량이 없어 에너지를 공급받기 어렵기 때문에 해협을 따라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또, 태풍의 이동 경로가 한국과 일본 해협을 따라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 이 지역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6. 9월에 태풍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 및 한반도 수온 변화
태풍은 바닷물 온도가 26.5도 이상이어야 태풍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7, 8월은 대기가 뜨겁지만, 바닷물 표면 50cm까지는 충분히 데워지지 않는다. 9월이 되면서 바닷물 50cm 이상, 심지어 1~2m 깊이까지 뜨거워지기 때문에 태풍 발생에 최적의 조건이 된다.
대기 안정성 (윈드시어): 태풍이 회오리처럼 형성되어 올라가려면 대기가 안정되어야 한다.
윈드시어(Wind Shear): 바람의 방향이 불균일하여 태풍이 깎이거나 잘리는 현상이다.
7, 8월의 대기: 7, 8월은 온도가 높지만 대기가 불균일하여 해오리가 형성되더라도 깨지는 경우가 많다.
9월의 대기: 9월에는 대기가 매우 안정되어 있어 태풍이 발생하고 유지되기 좋은 조건이 된다.
[한반도 주변 수온 변화]
한반도 주변 수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22년 6, 7월 평균 기온이 높았고, 2025년에도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거나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높은 수온과 기온을 고려할 때 9월에 태풍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윈드시어의 중요성: 바닷물 기온 상승은 태풍 발생의 합리적인 요인이지만, 공기층의 바람 변동(윈드시어)이 균일하지 않으면 태풍이 발생하더라도 깨지기 때문에 윈드시어 발생 여부가 9월 태풍 발생 빈도의 핵심 요인이 된다.
7. 포항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참변 원인 분석
당시 태풍 힌남노 상륙 당시 시간당 최대 110mm의 폭우로 강물과 빗물이 순식간에 포항 아파트를 덮쳤다.
배수 작업 난항: 30시간 넘게 배수 작업이 진행되었다. 천장에는 생존자들의 에어포켓 역할을 했던 공간이 있었고, 스프링클러 시설 배관 등을 잡고 버티던 두 명의 생존자가 14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되었다. 숨진 주민 7명 대부분은 주차장 입구나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 인근에서 발견되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상으로 통하는 문이 안쪽으로 열리는 구조여서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확대 요인]
인적 요인 (안전 무지): 아파트 관리소에서 차량 침수를 막기 위해 주민들에게 차량을 지상으로 옮기라고 방송했다. 이 방송을 듣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던 주민들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안전 관리자들이 비가 많이 오면 차량만 침수될 것이라 생각하고, 침수로 인해 사람이 질식하거나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안전 무지 때문이었다.
자연적 요인: 당시 시간당 110mm의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호우주의보(3시간 60mm)나 호우경보(3시간 90mm)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극한 호우였다. 또, 태풍과 만조가 겹치면서 냉천 등 주변 하천이 범람하여 피해가 가중되었다.
시설적 요인: 지하 주차장은 다른 지역보다 턱을 높이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또, 빗물이나 물이 들어오면 밖으로 배출하는 배수 펌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피해: 포스코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전체 공장이 정지되는 사태를 겪었다. 재산 피해 규모: 포스코에서 발생한 손실액은 약 2조 4천억 원에 달했으며, 협력업체 및 하청업체에서도 2,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9월에 피해가 발생한 후 다음 해 1월에야 복구가 완료되어, 약 5개월 동안 포스코의 영업 정지 및 가동 중단 상황이 지속되었다.
냉천 범람 원인: 냉천 주변 하천을 운동 시설, 스포츠 기구, 자전거 도로 등 다른 기능으로 활용화하는 사업이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하천 본래의 목적에 필요한 하천의 길이와 폭이 짧고 좁아져 범람에 취약해졌다. 또, 하천 개량 사업 초기 설계 도면에는 차수벽 설치 계획이 있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설치되지 않았다.
교량 문제: 교량이 낮고 기둥 폭이 좁아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부유물이 걸리기 쉬웠다.
준설 미실시: 10년간 준설 작업이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아 하천 바닥면이 평상시보다 1.5m 더 상승했다.
복합적 요인: 하천 폭 축소, 바닥면 상승, 폭우, 만조가 겹치면서 지하 주차장으로 물이 흘러들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8. 재난 대비책 개선 및 신종 재난 대응의 필요성
정비 및 복구 노력: 힌남노 이후 경상북도에서는 770억 원을 투입하여 재복구 사업 실시 설계를 완료하고 차수벽 설치 등 여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들이 신속히 실행되어 올해 또다시 힌남노와 같은 태풍이 왔을 때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 및 지자체의 대응 과정 평가: 3년 전 당시에는 지금보다 안전 매뉴얼이나 제도의 품질이 낮았다. 안전 관리자, 지자체, 정부 등 안전 담당자들이 안전 무지 상태였기 때문에 침수 피해를 예측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했다.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 안전 관리는 의욕만으로는 부족하며, 전문적인 역량을 갖춰야만 실질적인 대책이 수립되고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
신종 재난 연구 및 선제적 대응: 과거 경험에 기반한 반복되는 재난 대비책보다는 새로운 상황(신종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신종 재난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태풍으로 인해 어디에서 신종 재난이 발생할 것인지 예측하여 선제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하 주차장 침수 대책 개선: 지자체와 해수부 자체에서 낮은 지역, 해안가 주차장 등에 대한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취약 지역 발굴 및 대책 수립: 힌남노와 같은 태풍이 오더라도 주차장 침수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차장 외 다른 취약 지역을 발굴하여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9. 기후 변화와 초강력 태풍의 위협 및 안전 교육의 중요성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은 온실가스이며, 온실가스가 지구를 비닐막처럼 둘러싸고 있어 지구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여름철 증발량 증가로 증대된 에너지가 바람, 비, 태풍으로 이어져 인류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여 이상 기후를 줄여야 한다. 또, 새롭게 나타날 수 있는 중대 사고, 신종 사고에 대한 연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초강력 태풍의 위협 증가]
과거에는 위도 5~20도 사이에서 태풍이 발생했으나, 기후 이상으로 인해 북위 25~30도에서도 태풍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제주도 앞바다에서도 태풍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국내 연구팀 분석 결과, 힌남노급 태풍이 2030년에는 5년 주기로, 2050년에는 2~3년마다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한반도 주변 수온이 높아지면서 태풍이 소멸되지 않고 강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힌남노와 같은 태풍으로 더 큰 피해가 예상되므로, 세부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
[국민 안전 의식 강화 및 교육의 중요성]
재난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안전 무지이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교육을 했는지 여부보다 교육 콘텐츠의 질이 중요하며, 어린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에 나왔을 때 안전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실질적인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 안전 교육 법을 확대하여 안전 무지를 타파할 수 있는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10. 30초 안전 챌린지: 태풍 시 차량 침수 대처법
차량 침수 피해를 면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적절한 대비와 상황 발생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사전에 차량이 침수되었을 때 탈출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
자동차 문이 열리지 않거나 유리창이 내려오지 않을 것에 대비하여 비상용 망치를 준비해야 한다.
침수된 상태에서 시동이 꺼졌을 때는 절대 시동을 다시 켜면 안 된다.
그리고 실제 차량 침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전에 대비하여 숙지했던 그 내용 그대로 실행하면 안전해질 수 있다.
집중호우로 인한 저지대 침수는 불가피하며 완벽히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로 인한 피해는 개인이 어떻게 대비하고 대응했는지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하므로 이를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