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TSD 정의: 트라우마 경험을 한 이후 나타나는 스트레스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진단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정신 질환으로 정의된다.
트라우마와 PTSD의 구분: 트라우마는 큰 상처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으며, 경험 그 자체이기에 누구나 트라우마 경험 직후 강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정상적이다. 하지만 그 반응이 해소되지 않고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PTSD라는 질환으로 진단된다.
[트라우마에서 PTSD로의 변환]
회복과 악화: 대부분의 트라우마 경험자들은 약간의 도움만으로도 자기 안에 있는 회복력을 총동원하여 회복해 나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트라우마 기억이 잘 해소되지 않은 채로 고착되면 정신적인 병리를 나타내며, 매우 만성화되고 난치성으로 진행되기 쉽다.
[PTSD의 공존 질환]
정신적 질환: PTSD는 그 자체로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약 80%의 환자가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과 같은 정신과적 공존 질환을 가지고 있다.
신체적 질환 악화: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트라우마 반응(PTSD)이 병합될 때 조절이 어려워지며, 실제로 신체 질환이 악화되거나 없었던 신체 질환까지 나타날 수 있다.
심신 문제 복합적 가중: 면역계나 내분비계 계통의 문제도 발생하여, 심신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가중될 수 있다.
전두엽 기능 저하: 편도체의 활성도를 진정시켜야 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서, 정상인보다 활성도가 낮게 나타나 편도체를 진정시키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에 위험이 끝났는데도 뇌에서는 여전히 위험이 존재하는 것처럼 계속 작동하며, 이로 인해 트라우마 기억이 불쑥 올라오고 몸은 계속 긴장 상태에 놓이며 작은 자극에도 깜짝 놀라는 다양한 트라우마 반응을 보이게 된다.
[트라우마 유발 사건 및 반응]
유발 사건: 재난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성범죄, 학대, 가정폭력 등 개인의 생명, 안전, 성적인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사건들은 모두 트라우마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주요 반응: 트라우마 기억의 잔재가 불쑥불쑥 올라오는 플래시백, 악몽, 늘 경계하게 되고 예민해진 과각성 반응, 트라우마 기억을 생각나게 하는 것을 모두 회피하려는 회피적인 성향 등이 있다.
신체적 증상: 통증, 신경계 항진, 소화불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체 반응들이 많이 나타난다.
기후 변화와 트라우마: 폭염, 폭우와 같은 공식적인 재난 유형은 물론, 폭염으로 열사병, 실신과 같이 생명의 위험을 경험하거나, 단수, 절전 등으로 안위의 위험을 느끼는 경우에도 충분히 트라우마 경험이 될 수 있다. 특히 노인, 만성질환자, 저소득층 등은 이러한 상황에서 대응하기 어렵거나 필요한 자원을 찾기 어렵다고 느껴 그 영향을 더 크게 체험할 수 있다.
2. 재난 업무 종사자의 트라우마 및 대리 외상
3차 재난 경험자: 구조구급대원, 의료진, 지자체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재난 업무 종사자들을 3차 재난 경험자라고 한다.
[대리 외상 발생]
대리 외상 발생 직업군: 구조 구급대원, 과학수사대, 아동학대 지원가, 성폭력 상담사, NGO 활동가 등 참혹한 부분을 계속 봐야 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해 관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해당된다.
참혹한 장면들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는 것 자체가 대리 외상의 위험 요인이 되며, 재난 업무 자체가 매우 소진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정신 질환 이행: 대리 외상이나 소진 같은 스트레스 손상은 정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많은 연구에서 재난 업무 종사자의 10~30%가 PTSD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후유증으로 이어진다고 보고된다.
[대리 외상 사례]
이태원 참사 관련 소방관 사례: 이태원 참사 1년 뒤에도 1,300명이 넘는 소방대원이 트라우마 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당시 구조 작업에 투입되었던 소방관이 참사 이후 우울증으로 심리 상담과 병원 진료 등 12차례 치료를 받았으나, 지속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소방관과 같이 계급 사회가 있는 직장에서는 트라우마가 있다 하더라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대리 외상 증후군]
증후군 특성: 대리 외상 증후군은 고통을 겪는 당사자들의 트라우마 반응과 다르지 않게 재경험, 과각성, 회피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개인이 갖고 있는 가치관, 신념 체계에 변화가 생기며, 신뢰, 안전, 통제와 같은 부분에서 세상이 안전한가, 사람들을 믿을 수 있는가,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나 불신이 발생하기 쉽다.
3. 국가 차원의 정신 건강 서비스 현황
[국가트라우마센터 소개]
설립 목적: 재난 트라우마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2018년 보건복지부 소속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설치되었다.
조직 구성: 현재 1개의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전국 4개의 국립 정신병원(영남권, 호남권, 강원권, 충청권)에 권역별트라우마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권역트라우마센터]
다층적 서비스 기관: 보건복지부 소속 기관으로서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권역트라우마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상시 소진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재난 업무 종사자들을 지원한다. 또한, 전국 지역에 260여 개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재난 심리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지원 전담 인력: 2023년부터 전국 260여 개의 시군구 정신건강복지센터마다 2명의 재난 심리 지원 전담 인력이 지정되어, 전국적으로 500명이 넘는 전담 인력이 활동 중이다.
전담 인력 교육 과정: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권역트라우마센터는 지원 전담 인력들을 대상으로 심리적 응급처치, 평가, 안정화 기법, 수면, 애도 등에 대한 기본 과정과 심화 과정을 교육한다.
[정신 건강 서비스 체계]
직업 트라우마 센터: 재난 업무 종사자들을 위해 직업 트라우마 센터에서 정신 건강 상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산재의 일환으로 이해되고 있다.
자체 심리 지원 체계: 소방, 경찰, 군, 공무원 등은 마음동행센터나 마음건강센터와 같은 자체적인 심리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마음안심버스: 혼란스러운 재난 현장 속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이동형 상담 공간이다. 평상시에는 군, 병원 등 재난 업무 종사자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재난 심리 지원의 대책 방향성]
급성기 재난 심리 지원: 급성기의 지원은 병리적인 차원이 아니라 정상화 차원에서 이루어지며, 모두가 트라우마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회복력을 갖고 있다는 전제 하에 회복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고위험군 관리 체계 개선 필요성: 재난 경험자 중 10~20%, 많게는 50%까지 발생하는 일부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관리 체계나 전문적인 서비스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현재 이 부분에 대해 개선과 정리가 필요하다.
4.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개인적 실천 방법
신체 안정의 중요성: 스트레스를 받거나 트라우마를 겪을 때는 전체적으로 긴장과 각성이 올라가 있는 상태이므로, 이를 역전시켜 신체를 일단 편안하게 하고 진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신적인 영역은 당장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체 진정이 선행되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개인적 실천 방법]
규칙적인 식습관: 일정 시간을 정해 식사하고, 건강한 뇌 기능 유지를 위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운동: 신체 상태에 잘 맞는 규칙적인 운동은 근육을 이완시키고 긴장 감소를 도우며 숙면에도 도움을 준다.
충분한 수면: 같은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며, 늦은 오후나 저녁 시간에는 커피, 담배, 술, 과식 등을 피하여 충분한 수면으로 몸을 충전해야 한다.
실천 가능한 계획 세우기: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수행하여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한다.
트라우마 사건으로 인해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가 파생되어 통제감의 상실을 느끼기 쉬운데, 이때는 문제들을 중요성, 시급성, 해결 가능성을 고려하여 위계를 나누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성취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경험은 통제력을 높이고 자신감이나 효능감으로 이어지며, 이것이 곧 회복력을 길러 트라우마를 마주할 힘을 생기게 한다.
5. 트라우마를 겪는 주변 사람 돕기
보고, 듣고, 연결하기: 트라우마를 겪는 주변 사람을 돕기 위해 기억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원칙이다.
대전제는 해를 끼치지 않는 것. 내 선입관을 가지고 듣고 말하다 보면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해를 끼치지 않고 나 자신도 해를 입지 않는다는 원칙을 대전제로 삼아야 한다.
[보기: 어려움의 징후와 자원 파악]
어려움의 징후: 그 사람이 보이는 어려움의 징후가 심각한지 잘 봐야 하며, 심한 짜증, 감정 조절 불능, 주변 고립, 수면이나 식사 등 기본적인 생활의 어려움 등이 대표적인 징후이다.
주변 자원: 그 사람 주변에 지금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나 자원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듣기: 필요를 경청하고 이해]
도움 필요한 부분 질문: 어려움의 징후가 감지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면, 당장 필요한 것, 어려운 것,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들어야 한다.
선입관 배제: 누군가를 돕기 위한 대화 시 나의 선입관이나 편견이 작동하는 실수를 피하고, 그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연결하기: 적절한 지원 연계]
자원 및 정보 연결: 파악된 어려운 부분이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따라, 그 사람에게 필요한 자원이나 정보를 연결해 주어야 한다.
전문가 연계: 내가 직접적으로 돕지 못하더라도 주변 사람이나 상급자에게 알리거나 전문가에게 연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6. 재난 심리 지원의 원칙과 국가트라우마센터의 목표
두노함 (Do No Harm): 재난 심리 지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원칙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리 지원을 돕기 위해 갔다가 오히려 지원자의 말이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심리 지원을 하는 사람 자체가 대리 외상 등의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므로, 재난 현장에서 모두가 안전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
[센터의 방향성]
협력의 중요성: 재난은 단일 기관이나 단일 체계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특성이 있으므로, 여러 자원들이 현장에서 잘 협력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재난 경험자를 돕는 일을 잘 해낼 수 있다. 그렇기에 각 자원 체계의 역할들을 잘 숙지하고 평상시에 서로 협력하기 위한 연습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중점 추진 계획]
사회 전체의 관여: 재난 경험자의 심리 지원과 회복도 중요하나, 재난 경험자들이 잘 회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관여가 필요하다.
안전한 회복 환경 조성: 트라우마 이해 기반의 접근법과 조직 문화를 사회 전반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재난 유관 기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의료 시설, 교육 시설 등 사회 전반에서 트라우마에 대해 잘 이해하고,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에게 추가적인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한다. 이를 위해 모두가 안전하게 회복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보급하고 개입을 추진한다.
7. 30초 안전 챌린지: 나비 포옹
나비 포옹의 목적: 트라우마 상황에서 많이 놀라 있고 과각성되어 있을 때 진정을 돕기 위한 안정화 기법이다. 성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효과: 매우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정 효과를 도움이 된다.
[수행 방법]
1. 먼저 손바닥을 비벼서 손을 따뜻하게 한다.
2. 따뜻한 손을 양쪽에 가슴 부위에 교차하여 올려놓는다.
3. 눈을 살며시 감고 호흡을 천천히 깊게 한다.
4. 호흡과 함께 양 손바닥으로 가슴을 번갈아 가며 천천히 토닥토닥 두들긴다.
5.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도와 토닥거리는 감각에 집중한다.
6. "지금 나는 안전해", "편안하다", "다 지나간 일이야"와 같이 나 자신을 진정시킬 수 있는 말을 함께 되뇌며, 머릿속의 불편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